점성학 기초
천문력 읽는 법 — 행성 기호와 도수의 문법
점성술 책이나 해외 사이트를 조금 파고들다 보면 숫자와 기호가 빽빽한 표를 만나게 됩니다. 날짜가 세로로, 행성이 가로로, 칸마다 "처녀 11°08′" 같은 값이 적힌 표 — 천문력(ephemeris)입니다. 점성가들이 수백 년 동안 써 온 원자료이고, 읽는 법만 알면 어떤 운세 글보다 정직한 자료입니다.
천문력은 무엇인가
날짜별로 각 행성이 황도 어디에 있는지 적은 표입니다. 점성술 계산의 전부가 여기서 나옵니다. 천궁도는 태어난 날의 천문력 한 줄을 원으로 그린 것이고, 트랜짓은 오늘의 한 줄과 태어난 날의 한 줄을 겹친 것입니다. 표를 직접 읽을 줄 알면 "다음 달 수성이 내 태양 위를 지나는 날"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됩니다.
행성 기호 읽기
가로줄 머리에는 행성이 기호로 적힙니다. 처음에는 낯설지만 열 개뿐입니다.
☉ 태양 · ☽ 달 · ☿ 수성 · ♀ 금성 · ♂ 화성 — 여기까지가 빠르게 움직이는 다섯입니다. ♃ 목성 · ♄ 토성 · ♅ 천왕성 · ♆ 해왕성 · ♇ 명왕성 — 이쪽은 느린 다섯입니다. 금성과 화성의 기호는 생물학의 암수 기호로 더 익숙할 텐데, 원래 이쪽이 먼저였습니다.
도수 읽기 — 처녀 11°08′이라는 문법
황도 360도는 열두 별자리가 30도씩 나눠 갖습니다. 그래서 위치는 "별자리 + 그 안에서의 도수"로 적습니다. 도(°)는 30까지, 분(′)은 60분의 1도입니다.
"처녀 11°08′"은 처녀자리에 들어와서 11도 8분 지점 — 처녀자리 구간의 3분의 1을 조금 넘게 지난 위치라는 뜻입니다. 다음 날 값이 "처녀 12°06′"이면 하루에 약 1도 — 태양의 평속입니다. 이 속도 감각이 붙으면 표가 살아 움직입니다. 달은 하루 13도씩 성큼성큼 걷고, 명왕성은 한 달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입니다.
날짜 기준도 중요합니다. 해외 천문력은 대개 그리니치 자정이나 정오 기준이라 한국 시간과 최대 아홉 시간 어긋납니다. 별샘의 천문력은 한국 자정(KST 00:00) 기준으로 계산되어 있어서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.
℞ — 역행 표시
기호 옆에 ℞가 붙어 있으면 그 행성이 그날 역행 중이라는 뜻입니다. 표에서 역행은 도수가 거꾸로 줄어드는 것으로도 확인됩니다. 어제 "전갈 5°"였던 수성이 오늘 "전갈 4°"라면 역행입니다. 역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날짜를 표에서 직접 짚어 보는 것 — 이것이 천문력 읽기의 첫 실전 연습으로 가장 좋습니다. 수성 역행이 뉴스에 나올 때 표를 열어 확인해 보면, 소문과 원자료의 거리를 알게 됩니다.
표에서 눈에 띄는 것들
숫자만 보이던 표에서 사건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 몇 군데 있습니다.
별자리가 바뀌는 줄. 어제까지 "처녀 29°"였던 값이 오늘 "천칭 0°"가 되면 그 별이 자리를 옮긴 날입니다. 인그레스라고 부릅니다. 태양의 인그레스는 계절의 시작이고, 느린 별의 인그레스는 몇 년에 한 번 오는 큰 사건입니다.
도수가 멈춘 줄. 역행이 시작되거나 끝나기 며칠 전후로 값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. 유(留, station)라고 합니다. 표에서 같은 도수가 사흘쯤 이어지면 그 근처가 유입니다. 점성술은 이때 그 별의 힘이 가장 진하다고 읽습니다.
두 값이 같아지는 줄. 서로 다른 두 행성의 도수가 같은 날은 두 별이 합을 이루는 날입니다. 목성과 토성처럼 느린 두 별의 합은 이십 년에 한 번 옵니다.
태양과 달의 차가 0이거나 180인 줄. 앞은 신월, 뒤는 보름입니다. 달력을 보지 않고도 표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.
실전 — 표에서 내 날을 찾기
응용 하나만 익혀 봅니다. 내 태양이 "천칭 15°"라고 합시다(천궁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). 천문력에서 태양 열이 천칭 15°를 지나는 날을 찾으면 — 그날이 내 솔라 리턴, 태양이 태어난 자리로 돌아오는 날입니다. 같은 방법으로 어느 행성이든 내 별들 위를 지나는 날짜를 찾을 수 있습니다.
천문력은 어디서 오는가
표에 적힌 값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알아 둘 만합니다.
정밀 천문력은 수치 적분으로 만듭니다. 태양계 전체의 중력을 계산해 행성 위치를 시간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고, NASA JPL의 DE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. 초 단위 정밀도가 필요한 천문 관측이 이쪽을 씁니다.
점성술이 쓰는 값은 그보다 가벼운 근사로도 충분합니다. 별자리 판정에는 1도, 하우스 판정에는 몇 분각이면 되기 때문입니다. 별샘은 행성에 JPL이 공개한 근사 궤도 요소를, 달에는 ELP-2000/82를 줄인 급수를 씁니다. 행성은 몇 분각, 달은 황경 10초각 수준의 오차입니다.
이 정도면 별자리와 하우스 판정에는 넉넉하고, 자리 경계에서 몇 초 이내로 태어난 경우에만 어긋날 수 있습니다. 어느 사이트의 값이든 이런 전제가 있고, 밝혀 두지 않는 곳이 대부분입니다.
점성가가 표를 직접 만들지 않고 천문대가 펴낸 것을 받아 쓰게 된 것은 점성술과 천문학이 갈라선 17세기 이후의 일입니다. 계산을 남에게 맡긴 자리가 지금 사이트마다 값이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.
이번 달 천문력 보기표가 어렵게 느껴지면 같은 자료를 달력 형태로 풀어 놓은 하늘의 달력부터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.
이 이야기가 당신의 하늘에서는 어떻게 놓여 있는지, 태어난 순간의 배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내 하늘에서 보기 →